마지막날은 없다.

 
모든 길은 그러나 시작에 물려 있음을!
-박상룡 소설 『잡설품』(문학과지성사. 2008)

 
12월 - 오세영 - 
 
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
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
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
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,
 
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
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
허무를 위해서 꿈이
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,
 
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,
안쓰러 마라
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
사랑은 성숙하는 것
 
화안히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
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,
눈떠라,
절망의 그 빛나는 눈.
 
 
-오세영 시집 『천 년의 잠』(시인생각. 2012)
 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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